2011년 6월 24일

신사동_재봉틀과 다리미

재봉틀과 다리미


대머리 그린 세탁소 아저씨는 혼자 사는 빨간단추 수선집 여주인을 흠모해.
그도 알고 그녀도 잘 알고 있어. 호프집에서 한 번 손길이 스친 후에는
왕래가 뜸해졌어.


일요일 오후 불광천에서 개를 산책시키다가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쳤어.
하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그래서 가볍게 목례만 하고
지나치려는데 개들은 달랐어.
그의 검은 닥스훈트와
그녀의 치와와는 서로의 꼬리를 좇으며 열심히 냄새를 맡았어.
그러다가 이내 교미를 시작했어.
민망한 풍경이었지.


대개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
주인들이 힘껏 목줄을 잡아당기면 그만이야.


그런데 두 사람은 말야,
그러니까 두 사람은 말야 가만히 서 있었어.
헛기침만 하며 시선은 먼 산과 구름만 쫓고 있었어.
다행히 주변에 다른 산책자들이 보이지 않았어.
줄이 점점 팽팽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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