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4일

신사동_육식가들 surfing rolling machine

육식가들

불광천 한 켠에서 사람들이 운동 삼매경에 빠져 있다.
작정하고 나온 사람들 같다.
들어올리고, 돌리고
구르고, 당기며
최대한 근육을 팽창시키고
살을 빼려고 안간힘이다.

서핑롤링머신에 나시티를 입은 깡마른 남자가 올라선다.
허리의 유연성을 이용해 좌우로 다리를 뻗는 운동이다.
파도가 치듯 양다리를 좌우로 쭉쭉 뻗는 그의 뒷모습이
경쾌하다.
그런 사이 맞은편에 비만의 젊은 여자가 올라선다.
기구의 특성상 마주보고 있어 대개는 혼자만 타게 마련인데,
남자가 내릴 기미가 없어 보이자 그냥 기구에 올라탄다.

처음에는 각자의 리듬과 유연성으로 엇갈리게 움직였는데
갈수록 리듬이 일치해간다.
몹시 거슬리는 일이지만
결국은 한 동작으로, 마치 파트너를 이룬 기계체조 남녀선수들처럼
정확히 일치하는 파도의 곡선을 만들고 있다.

움직일 때마다 얼굴을 마주보게 되자
남자가 먼저 여자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인다
여자는 시선을 무시한다
다시 한 번 보내보지만 여자는 더 차가워진다.
그러나 육체의 진자 운동은 쌍을 이루어 멈추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몰라본다.
알아볼 때도 됐는데 운동에 흠뻑 빠져 있다.
두 사람은 며칠 전에 심하게 싸웠다.

여자가 한우가 수입산 쇠고기 같다고 두 눈꼬리를 치켜 세웠고
남자는 이 말에 머리꼭지가 돌아 칼을 도마에 냅다 꽂으며
언성을 높였다.  주변 사람들이 있기에 불씨는 금방 꺼졌다.
남자는 정육점 베테랑 직원이며,
여자는 그 집 단골손님.


고기에 대해 둘째가라하면
서러울 전문가들이었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롤링머신이 정신없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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