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터덜터덜 걷는 가운데 저녁의 찬 기운이 몸을 괴롭힌다.
익숙한 거리를 어둠이 이미 지배하고 있다.
상가들은 거의 대부분 문을 닫았고
거리까지 뻗어나온 주차된 차들은 긴 잠을 잘 것이다.
오늘밤은 시동을 걸지 않고 밀렸던 잠을 잘 시간이 됐다.
신호등을 건너면서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여자의 키는 컸고
멋진 다리 각선미를 지녔다.
짧은 팬츠로 인해 그녀의 다리는 더욱 부각됐다.
마치 어둠 속에 한 여자만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나의 걷는 속도가 그녀의 발걸음에 영향을 받고 있다.
추월을 하기엔 거리가 있어
그것이 도리어 어색하게 보이고
멀찌감치 거리를 두기에는 그녀의 뒷모습이 매혹적이라 발이 빨라진다.
익숙했던 풍경 속에 매혹적인 여인의 뒷모습
아무리 주위로 시선을 옮겨도 시선은 그녀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 간격은 점점 좁혀진다.
여자의 걸음이 느려진 건지
나의 발걸음이 빨라진 건지는 모르겠다.
이젠 그만 이 노골적인 시선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녀가 낯선 남자의 시선에 놀라 당황하면 안된다.
그건 나 역시 당혹스런 일이다.
최대한 천천히 그녀를 추월한다.
이때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다.
누구나 경험하는 가장 어리석은 일 중에 하나다.
하지만 나 역시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나는 어색하고 다소 경직된 움직임으로 옆으로 시선을 돌린다.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여자는 나의 어머니의 젊은 모습이다.
나의 발걸음은 빨라진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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