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 아웃 이태원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린 중국 관광객들이 카페를 배경으로 셔터소리를 낸다
내다보는 시점이 좋다
카페이름은 테이크 아웃 드로잉
드로잉 아웃 이태원
5월의 들뜬 저녁 식탁 냄새가 이국적이고
내 눈높이의 풍경이 전통 누마루의 풍경과 층을 이룬다
여기저기 물방울 흔적이 역력하다
내가 마시는 차는 1700년부터 차를 생산했다는
중국 운남지역의 차나무에서 수확한 홍차이다
향 때문에 몽롱한 땅거미가 보인다
기분은 상쾌한 아침처럼 느끼란다
좋은 친구는 없어도 마치 이른 잠을 슬며시 깨운
벗을 마주하는 기분으로 여유를 가져보란다
중국인들이 운남차를 마시는 2층의 나를
부러운듯 감탄하며 쳐다본다
산다는 게 악몽이라고 적는 시절에
나를 우러러 본다
노트를 한 장 보기 좋게 찢는다
왕잠자리 날개를 뜯어내던 시절이 맺힌다
먹을까
던질까
손에 든 게 꽃잎이라도
먹을까
던질까
신정관광 10호차에서 내린 무리가 화장실로 쏠린 사이
무리에서 벗어난 중국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
자기 앞의 위로다
여자는 땡땡이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
그 전면 후면이 온통 사과밭이다
담배가 에세처럼 얇다
연기도 얄팍해 이방인의 무심처럼 두께가 없다
늘씬한 여자가 진달래 레이드를 손에 받치고 들어온다
핑크 라인 선글라스를 낀 여자는 우울증에 걸린
토끼 캐릭터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있다
아는 토끼다
토끼는 1977년생으로 형편없는 아파트에서 살며
질투와 변덕으로 유명한 여자친구 시바가 있고
만취한 날 실수로 낳은 사생아도 두고 있다
티셔츠가 15만원이고
가방과 스니커즈는 22만원이다
여자의 하의는 보기 좋게 실종이다
맘에 드는 의자를 고르자마자 여자는 하얀 허벅지 늘어뜨리고
까딱까딱 통화를 하는데
온통 비음(鼻音) 섞인 영어다
운남차에 담긴
韻文을 다 마신다
물의 비릿한 흔적이 바닥을 드러낸다
저 촘촘히 잇대어진 한남동 지붕들의 계단을 눈으로
성큼성큼 건너간다
너무 편해서 눈물이 조금 난다
My name is Binky
I'm a rabbit
I'm sad and lonely
toxicomania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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