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장화
바람 아닌 다른 소리 들리지 않아도
빗방울 젖은 냄새는 맡을 수 있어
그녀는 녹색장화를 신고 외출을 해서
온통 식물 발자국을 남겼다
들풀들이 울면서 가는 길을 그녀는 좇았다
그건 약속
아스팔트 사이에 목을 맨 맨드라미도
어김없이 똑.딱.
그녀는 꺽었다
그래서 손이 고운 고아는 물줄기를 따라 원을 그리며
미끄러져 내려갔다
가볍게 속력을 내며 미련 없이 음표가 됐다
또랑은 또랑또랑 쳐박힌다
그 소리와 변명이 빈약한 소년의 횡설수설을 닮아
재미도 있고
단조롭지만 경쾌하기도 하다
어디쯤에서 우산을 버릴까요
질문이 있었다면
이렇게 빈 주머니에 방울소리 냈을 거다
그녀가 어디까지 가서
우산을 버렸는지
우산을 찢었는지
우산을 부정했는지 알 수는 없어도
울긋불긋 우산이
한송이 꽃잎으로
오므렸다 폈으니
그녀는 꽃가루 되어
숲으로
습지로
버섯의 군락지로 쉽게 퍼져 갔으리라
그 유령은 초록 장화를 신었다
가는 곳마다 풀들이 죽었다
비 그쳐도 행방은 오리무중
서글퍼 가는 길은 사방으로 어지럽고
숲은 끔찍하게 향기로왔다
뭔가 감추고 있었다.
어디 있니?
초록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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