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5일
당신은 8월의 날들 위에 수영장~
그냥 가을, everything
하루 사이에 가을이 왔다.
마술처럼 순식간에 옷을 바꿔 입었다.
며칠전부터 시작된 우울이 이해가 된다.
대학로 거리에서 드라마 촬영이 있는지
한쪽으로 시선이 쏠린 구경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카페 학림읜 조용하다
다즐링을 마시기 더 없이 좋은
오후 네 시이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1악장에서
2악장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8월의 떠도는 그림자인 나를 발견한다.
구경꾼들이 만족보다는 실망으로 무너져내린다.
무질서하게 흩어진다. 촬영이 종료되었나 보다.
느슨해진 거리의 무질서에서 시선을 돌려
카페 안쪽을 바라본다.
경향신문 기자가 있고 교양 있어 보이지만
수다가 있는 아줌마 둘이 있고 뿔테 안경을
쓴 흐트러짐 없는 청년이 양장본 책에 집중하고 있다.
유머감각은 없어 보이지만 성실한 탐구자이다.
나만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비단 이 카페만이 아니라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정신적 불안과 조급함이
시각감각을 뒤틀어
가야할 길이 유실됐다.
잠시 길 밖에 서 있다.
페터 빅셀의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읽기를 마무리 짓는다.
감상이라면 '그냥'이란 단어이다.
사는 것에 이유가 있을까?
그곳에 가는데 이유가 있을까?
헤매는데
아픈 것에
여행을 가는 것에
너를 사랑하는 데 이유가 있을까?
'그냥'이다.
페터 빅셀가 말하는 삶의 이유는
'그냥'이다.
그냥이 삶의 유일한 이유이다.
메모!
카트린느 브레야: 나는 초라하고 텅 비고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매순간 당신을 떠나려한다.
음악은 내내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선율이었지만
머리속을 맴도는 음악은 오전 11시 13분에 들었던
마이클 부블레의 "Everything"
DJ는 그의 목소리를 가을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가을이다.
난 문 앞에서 이미 좀 우울해져버렸다.
You're the line in the sand when I go too far.
You're the swimming pool, on an August day.
내가 멀리 떠날 때 당신은 모래 위에 (파도가 남긴) 흔적
8월의 수영장
나는 빠졌고 헤엄칠 줄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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