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7일

가방 속에 토끼 3화



3

그녀는 직업을 구해야 합니다. 예뻐져야 하고 살을 빼야 합니다.
그녀의 어릴 적 꿈은 비행기 조종사였습니다. 조선 최초의 여자 파일럿은
박경원이란 여자였답니다. 

원래는 간호사였던 그녀는 1922년 12월의 어느 날, 용산 연병장에서 비행기
시범 비행을 보고 비행기에 한 눈에 반해버렸습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버렸지요. 그리고 4년 후 그녀는 일본 가마다
(蒲田) 비행 학교에서 비행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합니다.
어려움은 갈수록 더했지요.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일까요? 지독히도 불행한 운명이었나요?
1933년 조선으로 향하던 비행기는 추락합니다. 그녀는 33살에 나이에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동양의 이카루스, 여자 이카루스 라고나 할까요.

알고 보니 박경원이 최초는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지만 그녀 보다 먼저
권기옥이란 분이 있었네요. 그녀는 중국 육군항공 학교 1기생으로 조선
최초의 비행사가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활동은 비행활동 만으로 남지 않고
조선 독립 운동에 더 초점 지워져 있습니다. 그녀는 비행사면서 독립투사
이었답니다. 

최근에는 이소연이란 여자가 NASA의 고된 훈련과정을 통과해 최초의 우주
비행사가 되었답니다.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지구 밖으로 날아갔답니다.
‘최초’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날 수 있다는 게 중요하겠지요. 그녀는 날고
싶습니다. 지금은 두 손을 아무리 저어도 날 수 없습니다.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녀는 비행기를 타 본 경험조차 없습니다.
탈 기회가 대학교 2학년 때 있기는 했습니다. 부모님을 속여 동기 몇 명과
제주도 여행을 감행했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비행기표와
공금이 든 가방을 도난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총무이었던 게 애초부터 잘못이었습니다.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사이에
가방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유력한 용의자 한 명이 주변에 있었습니다. 회색
낚시 모자를 눌러쓴 누런 셔츠의 남자, 그녀는 지금도 그 중년의 남자가 범인
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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