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4일

신사동_ 오물투척 금지구역 forbid

오물투척 금지구역 forbid


'양심을 버리지 맙시다.
오물투척금지!'

신사동 산13번지 골목 모퉁이
지그재그 붉은색 락커로 물들인 경고문은
오로지 최병철씨를 위한 지침문이다.

그는 수시로 쓰레기를 무단투기한다.
그의 천성은 부끄러움이 없다.
술 먹고 귀가하면서 행인들이 훤히 보이는 데에서
대로변에서 오줌을 싼다.

한 달 전에는 그가 버린 담배꽁초가 산불이 낼 뻔 하기도 했는데
그 사건 이후로 경고문에는 붉은 가위가 날카롭게 더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불명예와 핍박은 야구장에서 구원받았다.
목동 야구장 좌측 외야에서 꼴찌팀을 열렬히 응원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멕시코 용병 타자의 배트에 제대로 걸려 포탄처럼 날라오는 직선타를
좌익수가 몸을 날리며 잡았다. 하지만 안타였다.
간소한 차이로 공은 땅에 맞은 후에
글러브에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으로 판명됐다.
좌익수의 액션 연기가 뛰어났고 부심은 멍청했으며
비디오 판독은 허용되지 않았다.
잔루가 만루였던 상황.

관중들의 야유 속에 비열한 좌익수가 관중들에게 징끗 윙크를 날리며 멀어져갔다.
관중들은 억울한 판정에 모욕감까지 더해졌다.
맥주캔과 물병이 경기장으로 날아들었다.
그럼에도 모욕감은 보상받지 못한 감이었다.
그때 그가 회심에 일격을 가했다.
실력행사를 했다. 그가 오물을 투척했다.

먹고 있던 양념치킨과 김빠진 피트 맥주병을 몽땅 던진 후에
그것도 성이 차지 않아 쓰레기통을 들어서 경기장으로 던져버렸다.
버린 음식물과 날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기는 일순간 중단됐고 카메라가 그를 클로즈업했다.
해설자와 아나운서는 관중문화 운운하며 우려를 표했다.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관중석은 화기애애했고 환희로 술렁였다.
속이 다 시원하다며 그에게 열렬히 지지를 보냈다.
박수갈채와 휘바람 소리와 감탄사가 이어졌다.

그는 잠시 후 안전요원들을 만나야 했지만
그날 외야의 스타는 단연 최병철씨였다.

실랑이을 하며 끌려나갔지만 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헐리우드 액션의 외야수는 8회말 단순한 플라이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저지렸다.
잔디에서 올라오는 치킨 냄새가 역겨웠던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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