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일

명동_수녀들 sisters


수녀들 sisters

명동 성당 뒤편에서 두 수녀가 난감한 표정이다
녹슨 철제문을 두드리는데 인기척이 없다.
호출을 버튼을 여러 차례 누르지만
문지기는 응답이 없다.
크고 넓은 성당 정문이 아닌 뒷문을 서성이는
안젤라 수녀와 보나 수녀는 좀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두 사람의 등 뒤로 보람여행사의 봉고버스 운전사와 모험택시
운전사가 더위를 피해 그늘 속에 돗자리를 펴 놓고
내기 장기를 두고 있다.

성격이 급한 보나 수녀는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있고,
안젤라 수녀는 철제문 앞에서 성호를 긋고는 짧지만 깊게 한숨을 쉰다.

*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장기판을 뒤덮는다.

장기를 두고 있던 대기 중에 두 운전사는 일제히 고개를 든다.
구경꾼의 시선이 느껴져 약속이나 한 듯 시선을 위로 끌어올린다.
안젤라 수녀는 자상한 눈빛으로, 보나 수녀는 놀란 토끼 같은 눈이다.

눈이 마주치자 구경꾼과 선수들은 순간 불편해진다.
시선을 어색하게 피한다.

두 남자는 왠지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게임이 진도가 안나간다.
침을 꼴깍 삼킨다.
헛기침을 한다.
그러나 두 수녀는 물러나지 않고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안젤라 수녀가 훈수를 둔다.
그러자 보나 수녀도 반사적으로 눈을 반짝이며 전투지의 형세를 살핀다.


-포를 잡으시죠!
-아니죠 수녀님, 차를 먼저 잡아야죠.

-포입니다.
-차가 먼저죠.

-보나 수녀님, 수녀님은 아직 멀었습니다.

두 운전사는 난감하다.
보나 수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재촉한다.

-안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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