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일

블루베리 머핀 Blueberry Muffin



블루베리 머핀

1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
더 이상 호기심을 잃어버린 아이


어느 순간부터 소녀는 울지 않았다
세상이 시시해져 버렸다
그러면서 표정이 없어졌다
읽던 책을 놓았다
그리던 그림을 팽개쳐 버렸다
또래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버린 자신을 방치했다
외출도 뜸해졌다
지친 기색으로 그녀는 감정 없이 고여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일에 쫓겼고
동생은 철이 없었다
그녀는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아이였다


아무도 집에 없는 일요일 아침
소녀는 벽시계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렇게 바라보다 가방을 맨다
집을 나선다
가출이다
집을 처음으로 떠난다


어디로 갈 지를 몰라
눈 가는 데로 선택한 곳은 공항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긴 버스
이마를 길게 내민 버스
버스는 긴 교각을 건넜다
얼어붙은 바다를, 겨울을 건넜다
그것들은 겨울의 단조로운 일상을 모른 채 했다


공항버스에서 내린 소녀
어디로 갈까 고민하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린다
가방에는 책과 일기장, 손수건과 안약, 장갑이 전부였다
지갑에는 2만 2천원 2백원이 전부였다


그때 그녀 앞으로 노신사가 다가온다
정중하게 고래를 숙이며,

“아가씨, 잘 오셨어요”
“저를 아세요?”
미소를 짓는 노신사



“저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물론이죠, 아가씨!”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그건 비밀입니다”
“떠나시기 전에 점심을 드시죠”
“밥은 싫어요”
“그럼 빵을 드세요”

그녀는 빵과 쥬스를 아주 천천히 먹는다
배가 고팠다

“저는 어디로 가는 거죠?”
“아가씨가 가고 싶은 곳으로요”
“그곳은 천국인가요?”
“천국의 아래죠.”

“제가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요?”
“그건 가보면 알게 되겠지요”

“제가 혹시 죽는 건가요?”

“아니요 하지만 죽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질문은 하실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질문이 있으신가요? 아가씨”


“집에 인사를 못하고 왔어요
긴 여행이 될 줄은 몰랐어요
인사를 하고 오면 안되나요?”


“그건 곤란합니다. 곧 비행기가 떠납니다”


빵의 마지막 조각을 입에 넣고 소녀는 천천히 녹였다
아주 천.천.히...
...
...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저 집에 인사를 하고 올게요
기다려 주세요”
노신사는 말이 없었다



“작별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요”
노신사는 말이 없었다




2

소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소녀도 노신사도 알고 있었다
소녀는 작별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가도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10년 후가 될 지, 30년 후가 될 지,
60년 후가 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는 건
소녀에게 앞으론 이 세상이 그렇게
시시하지 않을 거란 희미한 예감 정도였다


버스가 겨울을 건너간다






댓글 2개:

  1. 세상은 참 냉정하고도 잔인한 곳이죠~
    적어도 저에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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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동정 없는 세상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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