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무리에 그녀가 끼어 있는 모습 자체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날은 피할 수 없는 자리였다. 직장생활이란 그런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리 중 하나(소식통이자 소문의 고정적인 발원지)가 그날이 그녀의 생일임을 선포해 그 저녁 식사 자리와 가장 어울리지 않던 그녀는 도리어 주인공이 되어 뜨거운 시선 속에 축하를 받아야했다. 부담이 그녀를 더욱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애써 표정을 위장했지만 그녀는 도리어 부드럽고 포근해지기보다 창백한 기운으로 얼어붙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그녀의 속사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술잔을 부딪치기에 바빴다.
그런 가운데 몇몇 질투심 가득한 여자들은 수근거렸고 몇몇은 벌써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리기도 했다. 그들 중에는 오랫동안 그녀에게 추파를 던진 중년의 남자도 끼어 있었다. 왁자지껄한 회식 자리. 과일을 빼곤 부족함이란 없었지만 그녀는 음료수조차 입에 대질 않고 겁 먹은 다람쥐처럼 잔만 쥐고 있을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 자기를 끌고 이곳을 빠져나가만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처럼 혼자 있고 싶은 날도 없었다. 혼자 일어날 엄두조차 내지 못하다가 화장실을 떠올렸다.
화장실은 남녀공용이라 부담스러웠다. 위생상태는 또 그녀의 상상을 뛰어넘어 문득 잠깐 거울이라도 보려고 피한 상태에서 순간 울음을 터트리고 싶어졌지만 이를 깨물고 참았다. 숫자를 셌다. 그녀의 나이만큼 숫자를 셌다. 돌아온 그녀는 누군가의 술잔에 술을 따라야했고, 누군가의 농담에 미소를 지어야했고, 누군가의 미사여구에, 성적인 짓궂음에, 소음과 식탐을 견뎌야했다. 그들은 교활했고 돈에 민감했고, 비밀 같은 건 모르는 무리였다. 덩치고 크고 매사에 주저함이란 없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그녀는 조심스러웠고 쉽게 자신의 생각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두 시간이 더디고 무겁게 흘러갔다. 1차 고기 파티에 이어, 2차는 노래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큰 덩어리 하나는 무리에서 자연스럽게 이탈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변명도 못하고 누군가의 손에 붙잡혀 노래방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더욱 난처했다. 노래를 듣는 걸 좋아해도 부르기를 즐겨 하지 않았고, 노래도 잘 부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심수봉을 열창했고, 이선희를 흉내냈고, 탬버린을 흔들었다.
손에 쥔 탬버린이 아프게 느껴졌을 때 무리는 보이지 않았다. 무리는 사라져 버렸다.
2
버류 정류장에서 확신할 수 없는 막차를 기다리던 그녀힘겨운 하루에 대한 답례로 한숨을 내쉬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들으니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자신의 생일 날 그녀는 아무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입맛이 전혀 없었고 현기증에 시달렸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그녀에게 주먹을 쥔 손을 내밀었다. 순간 반사적으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손등을 보이며 내민 작은 주먹.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이건 뭐니?”
“보석”
“보석”
교복을 입은 여자 아이가 그녀에게 손을 내민 것이었다.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얼핏 분간을 하기가 어려웠다. 나이는 짐작이 가지 않지만 아무래도 학원이 끝나 집으로 가려는 듯 보였다.
“무슨 보석?”
“마카롱! 꼬르륵 거리지 말고 먹어봐요.”
“마카롱! 꼬르륵 거리지 말고 먹어봐요.”
그러면서 여자 아이는 그녀와는 다른 색깔의 마카롱을 주머니에서 꺼내 입에 넣었다.
“마카롱은 말이에요. 몰래 먹을 수 있는 과자에요. 아무도 모르게~”
“마카롱은 말이에요. 몰래 먹을 수 있는 과자에요. 아무도 모르게~”
그녀는 아이가 건넨 마카롱을 입속에 넣었다. 바닐라 맛이었다. 더 이상 씹을 필요도 없이 마카롱은 입에서 녹았다. 이후로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정류장 벤치에 앉아 말없이 맛을 음미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각자의 별이 보이기라도 하는 양 시선을 텅 빈 하늘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어떤 곳에 내게 어울리는 삶이 있을까?’
두 사람의 입 속에서 마카롱이 다 녹고 있을 때쯤 버스가 도착하고 있었다. 아직 막차가 끊기지 않은 상태였다.


첫번째 그림이 너무나 이뻐요~
답글삭제은근하게 끌리는 배경이 맘에 듭니다.
플린님~
채식여우님의 노고가 크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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