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의 길을 걷다보면 스치는 풍경들이 있다. 미당이 보인다.
미당의 정갈한 시가 읽힌다. 당신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리워했던 산책이며 당신의 입술 같은 동백꽃이 봄을 피운다.
미당의 정갈한 시가 읽힌다. 당신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리워했던 산책이며 당신의 입술 같은 동백꽃이 봄을 피운다.
하나, 미당 서정주
서정주의 시를 들여다보면 선운사(禪運寺)가 보인다. 선운사에서 유년을 보낸 시인은 어쩌면 이 작은 오솔길과 냇물 사이에서 뛰놀면서 소년의 푸른 꿈을 이곳저곳에 떨어뜨렸을지 모른다.
그리고 문득 삶이 힘겹거나 시가 써지지 않아 고통스러울 때 선운사를 걸으며 잃어버린 소년의 시상을 동백꽃처럼 찾아 헤매지 않았을까
그리고 문득 삶이 힘겹거나 시가 써지지 않아 고통스러울 때 선운사를 걸으며 잃어버린 소년의 시상을 동백꽃처럼 찾아 헤매지 않았을까
선운사 동구
서정주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둘, 당신의 뒷모습
처음으로 친구의 뒷모습을 본다. 어려서부터 뒷골목을 뛰어다니고 모래장난을 치고 저녁 늦도록 공을 차고 어깨동무를 하고 목욕도 함께 했던 친구의 뒷모습을 처음으로 바라본다. 잠시 호흡을 고르려 바위에 몸을 기대고 서 있을 때 친구는 뒤쳐진 동료를 의식하지 않고 숲 저편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꼭 자신만이 가야할 길이 있다는 듯 텅 빈 뒷모습을 드러낸다.
초록과 어둠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의 벗이여! 문득 세상이 낯설고 어두울 때 너의 뒷모습은
내게 오래된 편지 같은 모습이다. 뒷모습은 정직하다지, 뒷모습은 골똘하다지, 뒷모습은 너그럽다지, 뒷모습은 또 쓸쓸하다지.
내게 오래된 편지 같은 모습이다. 뒷모습은 정직하다지, 뒷모습은 골똘하다지, 뒷모습은 너그럽다지, 뒷모습은 또 쓸쓸하다지.
셋, 그리운 산책
첫 번째 산책에서 그는 자신을 보았고, 두 번째 산책에서 그는 그를 떠났다. 그리고 세 번째 산책에서 그는 작은 사슴과 마주친다. 그 사슴은 과거의 그이기도 하고, 들판에 꽃이기도 하고, 봄이기도 했다. 그 짐승의 결은 햇빛처럼 흔들렸다.
문득 삶을 지탱하는 사소한 것들이 미련 없이 떠날 때가 있다. 그때에는 누구나 길을 그리워한다. 마음 속에서 헤매던 사슴과 마주치기를 갈망한다.
넷, 붉다
입술이 붉다, 앙리 마티스는 붉다, 야수와 야수파는 붉다. 어제의 손톱이 붉다, 아기의 수줍은 뺨이 붉다, 문득 맨발이 붉다, 다람쥐가 남긴 오동나무의 생채기가 붉다, 엄마 잃은 사내아이의 붉은 손, 녹슨 그네의 벗겨진 빨강, 가던 길과 가지 않는 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그네의 좌표는 또 붉다.
오래 전에 멈춰 버린 소풍의 풍경들이다. 나는 그 소풍을 언제나 빨간 크레파스로 그린다.
아이들과 숨바꼭질이 한창이었는데 무리에서 벗어나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아지트를 발견했다. 그 나무 둥치 아래에 놓인 작꿍의 모자와 펜, 손수건과 리본이 구름 아래서 붉다.
그리고 이제는 겨울을 지나 동백이 붉다.
아이들과 숨바꼭질이 한창이었는데 무리에서 벗어나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아지트를 발견했다. 그 나무 둥치 아래에 놓인 작꿍의 모자와 펜, 손수건과 리본이 구름 아래서 붉다.
그리고 이제는 겨울을 지나 동백이 붉다.

오늘 고향 친구가 와서 잠깐 밥먹고 헤어졌는 데 언제나 친구가 떠날때 뒷모습을 보는 건 다소 쓸쓸해요
답글삭제어린시절 친구들이 갑자기 그리워지는군요~
답글삭제뭐하는지 모르겠네요~
요즘 친구가 그리울 때인가보다. 이런 글 쓰는 걸 보니 말야.
답글삭제그러게요. 선운사의 길을 오래오래 걸었던 기억이 나요. 남자들이라 좀 지루해하면서도 그렇게 평화롭게 걸어본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그때의 친구들이 다시 모이기는 쉽지 않겠죵~~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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