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9일

우리가 헤어진 건 아무 상관 없어




우리가 헤어진 건 아무 상관없어. 이젠 괜찮아. 하지만 이 말만은 꼭 해야겠어. 넌 나와 헤어진 이유를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어. 그냥 끝이라고 선언했어. 마치 판결이라도 하듯 선언을 했어.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너의 표정. 그게 얼마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줄 알아. 그날 이후로 아침마다 서지도 않아. 뭐긴 뭐겠어? 심각한 성적 장애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내가 너와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지금이라도 말해줬음 좋겠어. 그게 예의라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야. 난 네가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 진심이야. 넌 변했어. 그것도 아주 고약하게~ 오바마가 김정일 흉내를 낸다 해도 너처럼은 아닐 걸. 넌 정말이지 고약하게 변했어. 지금의 너를 봐봐. 거울 앞에서 천천히 하나하나 뜯어보라구. 너다운 건 하나도 없을 거야. 예전에 너는 흔적조차 없어. 변화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야. 하지만 넌 좋은 게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구. 니 잘못은 아냐. 전적으로 니 옆에 붙어 있는 기생충이 문제지. 누군지 몰라? 니 옆에 스폰지밥 티셔츠를 입은 재수없는 여자애 말야. 펑크 헤어스타일에, 해골이 그려진 흰색 양말과 흰색 스니커즈를 신는 모델 시험에서 매번 떨어지는 기생충. 알았어! 이름을 말할게. 콕 찍어서 우주라고 말할게.


난 우주라는 년이 맘에 안 들어. 구역질이 나. 니가 입고 있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이어지는 너덜너덜한 빈티지 패션과 보라색 머리칼 모두 그녀의 작품이지. 너의 긴 머리를 싹둑 자른 테러리스트도 그 교활한 페미니스트이고. 짐작이 간다. 꾐에 넘어가 배꼽에 피어싱도 했지. 정말 끔찍해. 너의 전 남자친구로서가 아니라 너를 알고, 너를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하는 이야기야. 또한 너와의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기에 상관할 수밖에 없어. 예전에 너는 정말 예뻤어. 너의 자연스런 모습은 대체 어디 간 거니?


오늘 사주를 보러 갔지? 어떻게 아냐고? 들었어, 아니 목격했어.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내 말 들어. 뭐라고 하디? 취업이 잘 된대, 돈은 많이 번대, 결혼은 언제하면 좋대? 혹시 유학에 대해서 물어본 거야? 캐나다로 가고 싶어 했잖아! 너 언제부터 이런 거 믿었니? 내가 복권만 사도 벌레 보듯 눈을 흘기면서 미신이나 운이 젤로 위험하다 하면서, 교회니 십자가니 시편이니 하는 것들을 반복하곤 했잖아. 근데 사주를 보러 갔다고... 기가 막혀!


우주란 년 조심해. 걔를 멀리 해 제발! 솔직히 까놓고 말할 게. 걔가 나랑 헤어지라고 했다며, 우리 둘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필사적으로 말렸다며... 도대체 그 년이 뭐야? 그 말을 다 믿은 거니, 다 지어낸 얘기인 거 몰라. 우주인지 안드로메다인지 걔가 널 비웃은 거에 불과해. 널 차지하려고 날 모욕한거야. 비겁한 짓이야. 넌 속은 거고. 소정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 우리 사이가 언제부터 틀어진 건지. 나는 우주 처음 볼 때부터 느꼈어. 눈빛이 음흉한 계집이야. 걔는 정말 니가 좋아서, 아껴서 그런 게 아니야. 나만 하는 소리가 아니라니까 내 친구 태식이도 형석이도 다 그랬어. 니가 신은 가죽 부츠 정말 최악이야. 니 다리가 얼마나 두꺼워 보이는 줄 알아.

묻고 싶어. 니네 둘이 키스한 거니? 니네 둘이 사귀는 거야? 지난 금요일에 홍대 클럽에서 키스했다며? 진심으로 한 거야, 장난이야, 아님 호기심? 어서 말해! 소정아, 너 정말 많이 변했어. 난 그걸 견딜 수가 없어. 도대체 우주가 나에 대해 뭐라고 한 거야? 걔가 나에 대해 뭐라고 떠벌린 거야? 무슨 얘길 한 거야? 꼭 알고 싶어. 그 독사 같은 입이 얼마나 간교한 말을 한 건지 말야.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헤어진 건 아무 상관 없어. 난 정말 니가 걱정이 돼 죽겠어. 그 기생충을 조심해! 부탁이야!


그는 그렇게 한 여자와 통화를 끝낸 후 세면대 거울을 쳐다봤다. 너무 초초해 이를 닦기 시작했다. 얼마나 힘을 주어서 닦는지 치약 거품이 사방으로 튀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댓글 2개:

  1. 그러고 보니 저번에 읽었던 작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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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죄송해요. 아무래도 개편하다보니 글을 손보면서 다시 올리게 되는군요. 앞으로도 이런 일이 종종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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