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8일

앵무새 이야기


앵무새 이야기


그녀는 깔끔한 흰 블라우스 차림으로 나를 맞이했습니다. 내가 준 노란 후리지아 꽃다발을 받아 들었지요. 약간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갑작스런 방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생각이 났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그녀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녀는 오무라이스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식탁에 앉아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괜찮아?”

그녀는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요리에 열중하며 노래하듯 괜찮다고 말합니다.

"밥 먹었어?"

"아니."

요리가 완성되고 그녀의 오무라이스가 식탁에 놓여집니다. 음식을 권했지만 나는 사양합니다. 그녀는 자기 요리에 만족한 표정입니다.

“하는 일은 잘돼?”

"그냥 그렇지. 아마 내년에는 지방으로 내려갈 거 같아. 넌?"

"최근에 방송사에 취업했어. 좀 이따 나가 봐야해"

"잘됐다. 잘됐어."


나는 미소를 지어 화답했고 곧이어 푸른색 식탁보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침묵에 빠졌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봅니다. 표정에 생기가 돌아 보기가 좋았습니다. 늦은 아침 식사였습니다.너무 조용해서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려올 지경이었습니다. 그녀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먹습니다.

"왜 자꾸 쳐다봐?"

"아니. 그냥. 교정은 다 끝난 거야?"

"어. 볼래?"


그녀가 가지런한 이를 드러냅니다. 1년 전의 그녀는 치아 교정을 하고 있었던 그녀. 키스할 때마다 느껴졌던 날카로움과 차가움들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키스라고 말하던 여자.

"보기 좋다."

"예쁘지? 들인 돈이 얼마인데..."

"그래. 맞아."

"정석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 정말 괜찮아."

"음."

다시 침묵이 흐릅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다가 열린 베란다 창문에 블라인드가 바람에 흔들리며  어디선가 앵무새 소리가 들려옵니다. 침묵이 깨집니다. 나는 그녀가 앵무새를 키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나는 죽고 싶어. 나는 죽고 싶어. 그이가 내 인생을 망쳤어. 나는 죽고 싶어. 죽고 싶어.”


그녀는 그때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소리가 나지 않게 울었습니다. 늦은 아침 식사였습니다.




댓글 4개:

  1. 앵무새 이야기 오래전에 읽은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무슨내용이었는지.. 저 내용이 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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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마 그 이야기에는 없는 내용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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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역시 하퍼 리의 소설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있으시군요 ㅎㅎㅎㅎ 플린은 반성하라!!! ㅋㅋ 투쟁 중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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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는 결백합니다.심지어 억울합니다. 침묵으로 이 투쟁에 맞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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